An Exhibition Landscape in GALLERY K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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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jectories : Layered Traces

궤적 : 겹쳐진 흔적들
GALLERY KKI
Mar 14 — Apr 25, 2026

유주희의 도의추상, 비움의 궤적이 그린 생명의 강
글_김윤섭 (예술나눔 공익재단 아이프칠드런 이사장, 미술사 박사)
 

예술가에게 화면은 자신을 투사하는 거울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입니다. 유주희 작가의 화폭 앞에 서면 기교 너머의 거대한 기세를 마주하게 되는데, 이는 작가가 온몸으로 밀어내고 긁어낸 ‘행위의 결정체’이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붓 대신 스퀴지를 선택함으로써 전통적 재현에서 탈피했습니다. 스퀴지는 작가의 신체와 캔버스가 직접 충돌하며 에너지를 전이시키는 매개체로, 그 궤적은 작가의 숨결이 박제된 시간의 기록이 됩니다.  

작품 세계를 지배하는 ‘안트라퀴논 블루’는 작가의 정체성을 이루는 색채입니다. 어린 시절 섬진강에서 보았던 깊은 푸른 물결의 기억이 응축된 이 색은, 층층이 중첩되며 존재의 심연을 파고드는 영혼의 울림을 만들어 냅니다. 
 

유주희의 작업은 끝없는 반복을 통해 자신을 비워내는 수행적 노동의 과정입니다. ‘무엇을 그릴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비워낼 것인가’에 대한 응답으로서, 비워낸 자리에 고여 드는 사유의 강이 바로 ‘도의추상(道意抽象)’의 실체입니다. 작가가 긁어낸 비움의 궤적 끝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가득 차오르는 생명의 숭고한 에너지를 목격하게 됩니다. 이번 전시는 유주희의 독보적인 조형 언어를 통해 한국 현대 추상의 새로운 지평을 확인하는 경이로운 여정이 될 것입니다.

Selected 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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